쿠로츠키 :: 무제





순자님 달성표 보상글


소재멘트 :: 김경미_다정이 나를





 쿠로오 테츠로는 엷게 피어오르는 연기의 모양새를 내다보다, 다시금 연기의 근원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입에 물은 종잇조각 만큼이나 하얀 얼굴이 느른하게 풀어져있었다. 츠키시마 케이가 담배를 피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못했다. 씁쓸하고 매캐한 담배보다는 분홍색 딸기 사탕이 더 어울릴법한 사내였다. 단 걸 먹으면 체취도 달아지는 건지, 쇼트케이크며 밀크티 따위의 달큰한 체향이 담배연기 사이에서 이질적인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굳이 담배를 핀다면 내 쪽이 더 어울리지 않나. 어딘지 모르게 어긋난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 츠키시마가 담배를 피는 것을 봤을 땐, 봐서는 안될 것을 봐버린 기분에 마치 죄를 지은 듯도 했다.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 그럼에도 쿠로오는 연기를 뱉는 입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입술이 닿은 부분에 붉게 루즈 자국이 남았다. 쿠로오는 그 모습이 퍽 선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없을 때에는 한참이나 담배를 물고 있으면서, 쿠로오를 발견한 츠키시마는 막 물었던 장초를 툭 떨궈 발로 비벼 껐다. 쿠로오는 그런 몸짓에서 다정을 느꼈다.


 다정이 나를 죽일 것 같아. 이따금씩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이 툭 내뱉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츠키시마는 미간을 옅게 찌푸리며 입에 물린 필터를 짓씹었다. 얄쌍한 손에 들린 지포 라이터를 몇 번씩이나 깔짝이던 츠키시마는 달칵, 소리를 내며 뚜껑을 닫았다.


 거 봐, 지금도. 피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주제에 불도 붙이지 못하고 있잖아.


 “시답잖은 소리나 할거면 얼른 가요. 장사 방해돼요.”

 “매출 올려주러 왔잖아, 쿠로오씨는 손님이라고?”


 손님. 제가 말하고도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 더운 기운이 머릿속을 마구 헛돌았다. 혹시 지금 표정이 이상하지는 않을까. 마음 깊숙히에 작게 접어 숨겨둔 염원을 들킬까 겁이 난 목소리의 끝이 조금 뒤집혔다.


 츠키시마가 저를 빤히 바라볼 때면, 쿠로오는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가죽을 벗겨내고 표피를 저며 들끓는 열화를 꺼내놓을 것만 같았다.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이 가늘게 뜬 눈매가 야살스럽게 휘어졌다.


 “들어가 있어요. 금방 갈게요.”


 마담한테 얘기해두는 거 잊지 말고요. 덧붙이는 말에 엷은 비성이 섞였다. 츠키시마가 가식으로 엮은 가면을 덮어쓸 때면, 쿠로오는 새삼 느껴지는 거리감에 입술을 물었다.


 돈을 주고 하룻밤 어치의 웃음을 사는 것이 다였다. 제가 아는 것은 가게에서의 츠키시마가 다인데, 조금 더 안다고 해봐야 상냥한 웃음 뒤의 까칠함이 전부일지인데. 그런데도. 예명과 같은 성씨를 제하면 이름도, 사는 곳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츠키시마에게 쿠로오는 뼈가 시릴 만큼 잠겨있었다. 네 존재가 나를 채웠듯, 나도 너를 조금쯤은 채우고 있을까. 문득, 서글픔이 밀려왔다.


 한낱 창기일 뿐이다. 기껏해야 값이 조금 나가는 창기일 뿐이야. 수차례 되뇌인 말을 다시금 머릿속에 새기며, 쿠로오는 주머니 속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반지 자국이 패였던 네번째 손가락이 매끈하게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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